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 현실과 대안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천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1년 전보다 무려 2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는 현장의 경영 부담이 단순한 수치상의 논의를 넘어 실질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노동계는 물가 상승과 생계 보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이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력 감원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지
최저임금 인상은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생산성과 자동화 설비를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인력이 핵심인 중소 제조업, 서비스업, 외식업은 달리 선택지가 없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 중 상당수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코로나19 이후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건비가 급증하면 어쩔 수 없이 인력 감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는 본사 인력 및 매장 인력을 줄이거나 무인 주문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감원은 남은 인력의 근무 강도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와 사기 저하는 다시 이직률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는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감원과 인력난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규 채용 위축과 청년 고용의 악순환
최저임금 인상이 채용 축소로 이어지는 경향은 명확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재정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건비 증가를 감당할 수 없어 신규 인력 충원을 미루거나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청년층 구직자들이다. 청년층은 첫 직장을 얻기 위해 중소기업 문을 두드리지만, 채용 축소로 인해 입사 기회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적으로는 청년 실업 증가와 사회적 비용 상승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의 필요성 대두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한목소리로 취약 업종에 대한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외식업, 숙박업,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영세한 업종은 대기업과 동일한 최저임금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현실적인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정부 내부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을 논의한 바 있으나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추진이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다시금 업종별 차등 적용의 필요성이 공론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업종과 규모, 지역 경제 상황까지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기술 혁신과 대안 모색의 필요성
물론 기업 역시 비용 절감만을 외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일부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인화, 스마트팩토리, 디지털화 등을 시도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은 이런 대안 마련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내부에서는 직원 복지 개선과 근로환경 혁신으로 인력 유지율을 높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단기적인 감원과 채용 축소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적 대응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론: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 필요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를 감당해야 할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하면 고용시장은 불안정해지고, 청년 실업과 기업 경쟁력 저하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는 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는 현실적인 속도와 범위를 고민해야 한다.
취약업종 차등 적용, 스마트화 지원 확대, 고용 유지 지원금 등의 다각적 보완책이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한 고용을 이어가며,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를 온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